의학이 설명 못 한 치유가 기록으로 남아 있을까

프랑스 루르드에는 1883년부터 상주 의사가 치유 주장을 심사해 왔어요. 보고된 7천여 건 중 교회가 기적으로 인정한 건 72건뿐일 만큼 문턱이 높습니다.

주제: 치유·의학, 성모 발현, 검증 절차

심사는 세 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에서는 의료국 소속 의사가 진료 기록과 병력을 모으고, 그 사람의 성격과 진술 태도까지 살펴 거짓말이나 연기, 심인성 증상일 가능성을 먼저 걸러냅니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2단계는 국제의료위원회(CMIL) — 세계 각지 전문의 3~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입니다. 그중 한 명이 그 사람의 사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파고들며, 관련 질병에 대한 최신 의학 논문까지 검토합니다. 위원회 전체가 '현재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때 '설명 불가' 판정 기준도 느슨하지 않습니다. 원래 진단이 확실히 맞아야 하고, 그 병이 현재 의학으로 치료 불가능한 것으로 인정된 상태여야 하며, 치유가 루르드 방문과 시간적으로 맞물려 일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회복이 즉각적이고 완전하고 영구적이어야 합니다 — 서서히 좋아진 경우는 아무리 극적이어도 제외됩니다.

3단계는 종교적 판단입니다. CMIL이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라고 결론 내려도, 그것을 '기적'으로 선언할지는 그 사람이 사는 교구의 주교가 별도로 결정합니다. 즉 의사들은 '우리 지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까지만 말하고, '그래서 신이 하신 일이다'라는 판단은 신학의 몫으로 분리해 둔 것이죠. 이 구분 자체가 이 심사 제도의 핵심입니다.

가장 최근 사례가 이 절차를 잘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인 안토니에타 라코는 희귀 신경근육질환인 원발성 측삭경화증(PLS)을 앓다가 2009년 루르드 순례 중 회복됐고, 이후 15년 넘게 재발 없이 유지된 기록이 쌓인 끝에 2025년 4월 두르시-라고네그로 교구의 주교가 최종적으로 '기적'을 선언했습니다. 발병부터 인정까지 15년 넘게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 절차가 얼마나 신중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한계는 분명히 남습니다. '현재 의학으로 설명 안 됨'은 '초자연적 개입이 있었다'와 논리적으로 같지 않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자연적 관해(spontaneous remission) 기전일 수도 있고, 애초 진단이 훗날 다른 소견으로 바뀔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루르드를 찾은 수천만 순례자 중 낫지 않은 압도적 다수는 통계에 남지 않는다는 점도 짚어야 공정합니다 — 72건은 '기적이 흔하다'는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어지간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읽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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