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을 소록도에서 살고,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난 두 수녀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 수녀는 1962년부터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봤고, 2005년 '이제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조용히 한국을 떠났습니다.
주제: 헌신, 사랑
1962년, 20대였던 두 오스트리아 간호사가 한센병 환자를 돌보겠다며 소록도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한센병 환자는 전염에 대한 공포와 편견 때문에 가족에게도 버림받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두 사람은 상처를 직접 소독하고 붕대를 갈아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환자들은 이들을 '푸른 눈의 천사'라 불렀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렸습니다. 후원금이나 의료물품이 들어오면 정작 자신들의 이름은 감춘 채 조용히 환자들에게만 전달했고, 언론 인터뷰도 거의 응하지 않았습니다. 43년이라는 시간 동안 특별한 포상이나 인정을 구하지 않고 그저 매일 같은 자리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반복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헌신이 일시적 선의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2005년 11월, 마리안느 수녀는 나이가 들어 이제 자신이 환자들에게 도움보다 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조용히 짐을 쌌습니다. 공항에서 배웅받는 것도 원치 않아, 병원 직원들에게 '더 큰 사랑 없이 지내다 이제 제 나이가 되니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떠난다'는 내용의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새벽에 섬을 나섰습니다. 훗날 알려진 사실은, 마리안느 수녀가 이미 대장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 아픈 몸으로 걱정 끼치지 않으려 조용히 떠난 것이었습니다.
마가렛 수녀는 이후에도 몇 해 더 소록도에 남아 환자를 돌보다 뒤따라 귀국했고, 2023년 선종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우리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이야기가 이 사이트에 실린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들은 누군가를 전도하려 하지 않았고, 논증을 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가장 소외된 사람 곁에 43년을 머물렀을 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삶의 방식 자체가,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더 오래 남는 방식으로 '이 사람들이 믿는 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