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 다락에 유대인을 숨긴 가족

네덜란드의 시계공 코리 텐 붐과 그 가족은 나치 점령기 자기 집에 벽 뒤 은신처를 만들어 유대인 수백 명을 숨겨주다 발각돼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주제: 헌신, 고통의 문제, 의심

코리 텐 붐의 가족은 네덜란드 하를럼에서 대대로 시계방을 운영하며 신앙생활을 이어온 개신교 집안이었습니다. 1940년 나치가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유대인 색출이 시작되자, 텐 붐 가족은 자기 집을 은신처로 내주기로 결정합니다.

코리의 침실 벽 안쪽에 목수가 가짜 벽을 세워 좁은 은신 공간을 만들었고, 이곳과 집 전체를 거쳐 1943~1944년 사이 유대인과 레지스탕스 대원 수백 명이 몸을 숨기거나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 이 집은 '은신처(The Hiding Place)'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이들이 구한 사람은 최종적으로 약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1944년 2월, 밀고로 인해 나치 비밀경찰이 집을 급습해 가족 등 35명을 체포했습니다. 다행히 그 순간 은신처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피신했습니다. 코리와 언니 베치는 각각 다른 수용소를 거쳐 결국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로 이송됐습니다.

언니 베치는 그곳에서 1944년 12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리는 이후 서류상의 착오로 인해 풀려났는데,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그녀와 같은 나이대의 여성 수감자 전원이 처형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됩니다. 코리는 종전 후 이 경험을 자서전 『은신처』(1971)로 남겼고, 1967년 이스라엘 야드바셈 기념관으로부터 '열방의 의인'으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무거운 이유는, 신앙이 이들을 고난에서 면제해주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언니는 결국 수용소에서 죽었습니다. 그럼에도 코리는 이후 강연과 책을 통해 가해자였던 나치 친위대원까지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 '신앙은 고난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다르게 살아내는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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