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을 해독한 과학자가 신을 믿게 된 이유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이끈 프랜시스 콜린스는 무신론자였다가 신앙에 이르렀어요.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왜 인간에게 보편적인 도덕감이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주제: 회심, 과학, 도덕·양심

콜린스는 의대생 시절 거의 무신론에 가까운 불가지론자였습니다. 전환점은 임상 실습 중 만난 한 환자였습니다. 시한부 진단을 받은 그 환자가 '선생님은 무엇을 믿으세요?'라고 담담히 물었을 때, 콜린스는 자신이 그 질문에 아무 답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과학자로서 그는 '내가 반박하려는 대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신론자라고 말해도 되는가'라는 자책에 부딪혔고, 신앙을 지지하는 최고의 논증부터 검토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때 한 목사가 건넨 책이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였습니다. 콜린스를 가장 흔든 건 신비 체험이 아니라 그 책 1부의 제목이기도 한 '옳고 그름: 우주의 의미를 푸는 단서'라는 논증, 이른바 '도덕법(Moral Law)' 논증이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 인간은 문화와 시대를 넘어,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는 감각을 공유합니다(예: 아무 이유 없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건 어디서나 잘못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보편적 도덕 감각은 진화적 생존 이점만으로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오히려 그 너머의 어떤 근원을 가리키는 단서일 수 있다는 것이죠. 콜린스는 훗날 '28년을 신자로 살아온 지금도, 도덕법은 신을 가리키는 가장 강력한 이정표로 남아 있다'고 회고했습니다.

논리로 마음이 흔들린 뒤, 실제 전환은 어느 가을날 캐스케이드 산맥을 하이킹하다가 찾아왔습니다. 모퉁이를 돌자 수십 미터 높이로 얼어붙은 폭포가 세 갈래로 나뉘어 있는 광경과 마주쳤고, 그 순간 그동안 버티던 저항이 스르르 풀리는 걸 느꼈다고 그는 적었습니다. 논증으로 문을 열었지만, 마지막 한 걸음은 논리가 아니라 어떤 정서적 항복에 가까웠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이후 과학과 신앙을 대립시키지 않고, 진화를 신이 생명을 빚어가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유신진화론(BioLogos)'을 주창했습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이끈 과학자가 진화 자체를 부정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신앙과 결합했다는 점은, '과학이냐 신앙이냐'라는 이분법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다만 비평가들의 지적도 정당합니다 — 콜린스가 내놓은 건 유전자 서열 같은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 도덕철학적 논증과 개인적 체험입니다. 도덕법 논증에 대해서도 '진화와 사회적 학습만으로 충분히 설명된다'는 반론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합니다(이 반론은 이 사이트의 '양심은 어디서 왔을까' 카드에서 더 다룹니다). 그래서 콜린스의 사례는 '신 존재의 증명'이라기보다, '증거를 진지하게 따라간 한 최고 수준 과학자가 이른 결론'으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관련 영상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