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수학자가 8년간 옷 속에 꿰매고 다닌 양피지

확률론을 세운 수학자 파스칼은 1654년 어느 밤의 체험을 양피지에 적어, 죽을 때까지 8년간 옷 안감에 꿰매고 다녔습니다. 그 사실은 그가 죽은 뒤에야 발견됐습니다.

주제: 회심, 철학 논증, 과학

블레즈 파스칼은 열여섯에 원뿔곡선 논문을 쓰고, 계산기를 발명하고, 페르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확률론의 기초를 놓은 인물입니다. 감정에 휩쓸리는 유형과는 가장 거리가 먼, 냉정한 수학자였습니다.

1654년 11월 23일 밤, 그에게 무언가가 일어났습니다. 밤 10시 30분부터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까지 약 두 시간, 그는 압도적인 무언가를 경험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의 맨 앞에 그가 쓴 단어는 단 하나였습니다 — '불(FEU)'. 그리고 그 아래로 확신, 기쁨, 평화 같은 단어들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파스칼이 한 선택이 특이합니다. 그는 이 체험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기록을 양피지에 옮겨 적고, 자기 겉옷 안감을 뜯어 그 안에 꿰매 넣었습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실을 풀어 꺼내서, 새 옷에 다시 꿰매 넣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8년 동안요.

1662년 그가 39세로 세상을 떠난 뒤, 시신을 수습하던 하인이 옷 안감에서 이상한 덩어리를 발견했습니다. 뜯어보니 양피지 한 장과, 그것을 베껴 적은 낡은 종이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발견된 이 문서를 오늘날 '메모리알(Mémorial)'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건 이후 파스칼의 저술 방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학·물리 논문 대신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와 『팡세』를 쓰기 시작했고, 사후 출간된 『팡세』는 지금도 읽히는 고전이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회의적으로 볼 방법도 물론 있습니다. 강렬한 종교 체험은 심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며, 그것이 곧 신의 실재를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지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 파스칼은 그 체험을 남에게 설득 수단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자기 옷 속에만 넣고 다녔죠. 남을 설득하려는 각색의 동기가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이 기록의 진솔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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